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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傷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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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병원 작성일08-07-07 00:00 조회38,8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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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속 썩으면 머리 쉰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소를 못 잡아먹을 때는
내 소라도 잡아먹어야 속이 풀린다.“

위 의 속담들은 심리적 갈등이나 중압감을 자신이 인지 혹은 인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치 신체의 특정 부위 혹은 특정 통증 양상으로 느끼는 것을 표한한 속담들로 이를 '신체화 증상(somatiz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신체화 증상은  제삿날만 다가오면  드러눕는 며느리, 시험 때만 되면 배탈 나는 청소년 등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장기화되고 만성화되어 신체에 이상을 유발하는 병으로 화병이 있다. 화병은 외부로부터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것을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여 가슴에 불을 댕기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화병이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란 것이다. 그래서 국제 의학계의 세계 표준 명칭도 우리말 그대로 화병(Hwapyung)으로 부른다 한다. 화병이 국제 정신의학회에서 연구주제로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얼마 전 국내에서도 다음 12가지 기준중 하나라도 6개월 이상 지속시 화병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고 공인하였다.

1.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2.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진다.
3.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4.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5.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6.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7.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8.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9.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10.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11.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12.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위 의 진단기준에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놀래 죽는 줄 알았다” 등등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에 뭔가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마음은 뇌의 활동으로 인한 것이지 심장과는 직접 관계가 없고, 단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심장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심장의 증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가슴이 아픈 증상(흉통), 심장이 뛰는 증상(심계항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고(호흡곤란), 충격을 받으면 쓰러지고(실신)하는 이런 심장질환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심장질환에 의한 것인지 스트레스 혹은 공항장애 같은 정신질환에서 오는 것인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으며 때로는 이런 증상들이 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세심한 진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신과의사와 더불어 내과의사도 먹고 살수 있지 않겠는가?) 한자로 심장은 마음 심(心) 자를 쓰는 것을 보면 아마도 마음은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심장에 있음을 고대로부터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급성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상심傷心 증후군이라고 함)이라는 것이 알려졌는데, 심한 충격을 받거나(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는 증상), 심하게 싸우다가 쓰러진 사람이라던가, 죽음에 대한 공포(심한 통증이나 호흡곤란, 출혈 등을 경험한 환자)를 느꼈던 환자에서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환자를 말하는데, 이런 환자들을 검사해 보면 심장의 기저부를 제외한 많은 부분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관찰되고(처음 일본에서 발견되었고 명칭도 tako-tsubo 심근병증이라고 함_tako-tsubo;일본의 해변지역에서 사용하는 목이 좁고 몸통이 넓은 장어같은 것을 잡는 항아리, 그림참조), 이런 현상은 심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나 심장혈관(관동맥) 촬영을 해보면 정상 소견을 보이고, 며칠 지나서 증상이 호전된 후 심장초음파를 해보면 정상으로 회복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아드레날린 등의 물질이 막히지도 않은 혈관에 작용하여 심근경색과 유사한 현상을 야기시킨다는 것을 증명한 질환이다.우리 한국 사람은 예로부터 많은 억눌림을 받고 살아왔다.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억눌리고, 가부장에 억눌리고, 양반 상놈[班常]에 억눌리고, 남존여비에 억눌리고, 시어머니에 억눌리고, 가난에 억눌리며 살아 왔다. 그러다가 유별나게 화병이 많은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화병이 쌓이고 쌓여 한(恨)이 되고, 그 한이 사무치면 죽어도 못다 죽는 원(怨)이 되며, 현대에 이르러 빨리 빨리를 부르짖는 민족성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

이미 급성전**의 시대는 가고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성인병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자고로 많이 먹어서 육신의 병이 생기고 덜어내지 않고 가슴에 많이 쌓아서 마음(심장)의 병이 생기는 시대가 아닌가? 더 이상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소녀일수는 없다. 사실 의학이 심장병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도관삽입술이나 새로운 약물일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심장병질환이 있는 환자든 화병으로 상심 받고 있는 사람이든 자기의 감정을 어느 누구에게나 솔직히 털어놓고 신체의 질병은 정신과 동떨어져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회의 공통된 인식이 전제될 때 빨리 빨리 천국, 부실공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건전한 정신을 가질 수 있는 사회건설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말이 좀 와전되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다음의 서양의 격언에 모두 들어 있다.

"Steady and slow wins the race"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자가 경기에서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