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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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병원 작성일10-02-09 11:28 조회46,867회 댓글0건본문
거 제는 대한민국에서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도시들 중 하나이다. 2007년 합계출산율이 1.63명으로 서울의 1.06명, 부산의 1.02명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 여러 가지 이유로 출산이 장려되고 또 출산의지가 다시 고양되는 시점에서, 산모의 통증을 감소시켜 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무통 분만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 성에 있어서 출산의 고통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신비롭고 성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져 왔다. 출산시의 통증, 즉 분만통(分娩痛)은 태아를 밀어내는 힘을 더 강하게 하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겪는 가장 강력한 통증 중의 하나로, 산모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불러오면 산모의 호흡계,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어 태아나 산모에게 모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분만통을 줄이기 위한 행위 및 노력은 19세기 중반까지 여성이 아이를 낳을 때는 아픔과 고통을 받는 것이 성경적이라는 종교적 주장에 의해 터부시 또는 범죄시되어 비난 받았으나, 1853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흡입마취제인 클로르포름을 이용하여 무통분만을 시술 받은 것을 시초로 하여 의학의 발전, 사회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발전되어 왔다. ‘무통분만(無痛分娩)’이란 마취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산모가 분만통을 느끼지 않고 분만하도록 하는 것이다. 임산부와 태아의 두 생명을 동시에 다루는 특수성 때문에 임산부와 태아에 부작용 없이 정상적인 분만 진행과정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분만 시 정서적인 만족을 제공하고 임산부의 통증을 해소하여야 한다. 무통분만의 방법들로는 정신예방법, 최면술, 침술, 수중분만, 경피적 전기신경자극 등 수많은 비약리적 보조법들과 전신적인 진통제나 흡입 마취제를 사용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현재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경막외 진통법이다. 경막외 진통법은 현재 무통 분만의 대명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시행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분만의 진행과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로 인해 아직까지는 시행률이 낮은 상황이다. 분만시의 통증은 분만 초기에는 자궁 수축과 자궁의 아랫부분과 자궁 경부의 확장으로 인하여, 분만 후기에는 주로 질과 회음부의 확장을 통한 자극으로 발생하는데, 이 자극들은 여러 신경로를 통해 흉추, 요추, 천추의 척수로 들어가 뇌에까지 전달된다.
경 막외 진통법은 이 전달과정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통 마취과 의사가 미리 산모의 허리를 통해 경막외강이라 하는 척수 가까이의 위치에 굵은 주사 바늘을 통하여 카테터를 삽입해 놓은 다음 진통이 진행되면 국소마취제와 소량의 마약성 진통제를 섞은 혼합액을 간헐적 혹은 지속적으로 주입해 통증을 없애는 방법이다. 환자의 감각신경만을 마비시켜 분만시 태아를 밀어내는 힘은 없애지 않고 통증만을 제거해주며, 약물이 전신적인 주입이 아닌 척수와 가까운 부위에 주입됨으로써 매우 적은 양의 약제로 진통효과를 얻어낼 수 있기에 약제의 혈중 농도가 산모와 태아에서 모두 낮아 산모는 물론 태아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무통 분만은 산모의 고통을 감소시켜주는 장점 이외에도, 의학적인 관점에서 산모와 태아에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무통분만을 실시할 경우 자궁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자궁의 활동성을 잘 유지시켜 태아로 가는 혈류량이 잘 유지되고, 둘째 통증으로 인한 산모 호흡량의 심한 변화를 줄여 태아 혈중 산도의 심한 변화를 막아주며. 셋째로 전자간증 및 고혈압 산모 등 고위험 산모에서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며, 국소마취제의 정맥 내 주입, 허리통증, 방광기능장애, 저림이나 마비감, 저혈압, 오심, 구토, 감염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주의 깊은 시술로 사전에 예방하거나 곧 회복이 가능한 것들이다. 경막외 진통법이 분만의 과정과 제왕절개술의 빈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희석된 농도의 마취제 사용으로 인해 분만이 장시간 지연되지 않고, 지연되더라도 분만의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위해한 것이 아니며 무통분만으로 인한 여러 장점을 생각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주입약제와 주입펌프의 발전으로 기본적인 용량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면서 자가 통증 조절기를 통하여 환자가 아플 때 추가량을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하여, 불필요한 저림, 마비감 없이 좋은 진통효과를 나타내면서 환자 자신이 통증을 관리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높여 줄 수 있게 되었다. 경막외 자가통증조절법(PCEA,
patient-controlled epidural analgesia)이라 불리우며 아직까지 낮은 수가, 고가 장비로 인해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사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단, 경막외 진통법이라 해서 산모의 분만통을 완전히 제거해 줄 수 없다.
물 론 농도를 높인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분만의 경과나 산모 태아의 안전을 생각하여 적정한 수준의 농도조절이 필요하고 또한 작은 골반으로 인해 태아가 골반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만족할 만한 통증제거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너무 지나친 기대는 아쉬움과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무통(無痛)’ 이라는 단어보다는 ‘감통(減痛)’ 또는 ‘제통(制痛)’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 마사지나 정서적지지, 물리적·심리적 요법들이 부가되면 산모의 고통을 더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보낸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자 기쁨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산모가 통증에 민감하거나 산통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 불안과 고통의 기억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한 출산을 위해 한번쯤 무통 분만을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